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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잔의 여휴

커피 여행


새벽 다섯 시

커피를 혀끝에 물면

나는 이미 따뜻한 안개

가득하게 빽빽한

숲속을 걷고 있다


윤동주가 자신을 만나러 가는

산모퉁이를 돌아

논가 외딴 우물가를 지나

하늘 치솟는 대숲을 지나

먼먼 산 계곡 휘몰아쳐 지나

눈 찔리는 햇살이 고문처럼

짓누르는 사막을 느긋하게 지나

지난 시간들이 온 몸을 부수며

달려오는 바다에 이르면

나는 한 마리 참새에서

까치에서 산새에서

호반새에서

독수리에서 바다에 이르러

갈매기가 되어 있네


아픈 두 발로 갔는데

날개로 날았네

세 번째 커피 잔을 들고

나는 집으로 돌아오는데

세탁기 앞에 빨래가 쌓이고

냄비들은 주인의 손을

기다리는 일상에 서서

나는 거실을 맴돌며

아직도 긴긴 어느 골목길에

서서 돌아오지 않는

나를 기다리네


커피는 내 마음과 정신을

일으켜 세우고

일상에서 나를 떠밀어

낯선 대문을 열게 하네

나를 떠나게 하고

나를 기다리게 하는

이 유랑의 혼 커피여!


새벽에서 밤까지

커피 잔을 들고 분주하게

어느 길목에서

시를 만날 것인가

초조하고 불안하게

시인 종족에서도

가장 낮은 부족의 자세로

허리를 굽히며

다시 커피 한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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