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대의 나무가 되고 싶다/안국훈
벼랑을 두려워하는 건
사람뿐이다
낭떠러지 끝에 선 개미를 보라
절벽에서 자라는 저 푸른 솔을 보라
어둠을 무서워하는 건
어두워지면 편히 잠든 새를 보라
밤 깊을수록 생생해지는 강아지를 보라
사랑을 어렵게 하는 건
꽃과 나비의 마음을 보라
시뻘건 강물도 품는 속 깊은 바다를 보라
별빛, 저 환한 미소처럼
투명한 숨결로 설레게 하는 건
기어이 비바람 흠씬 맞고도 꽃피운 목련의
그 지독한 사랑 이야기
나무에 기대면
그대 어깨에 기댄 것 같이 편하다
정작 나는 그대에게
나무가 되어주지 못했구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