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준수 궁시렁

사랑한다는 것은 / 밀알 김구식

사랑한다는 것은 / 밀알 김구식


말하자면

결국 혼자인 세상

그 암흑 같은 외로움을 덜어보자는 것이다

껴안아도 전해질 체온이 아니라면

그저 마음이나마 쬐끔 데워보자는 것이다


만남의 순간보다

그리움의 긴 시간이 더 소중하다고

스스로를 다독거려보는 일이다

무료한 삶보다는

가슴 아파도 해보고

그리워 죽겠노라고 이마도 한번 짚어보는 것이다


밤새워 긴 편지를 쓰다가 찢었다 해도

네 탓이라고 혼자 되뇌어보는 것이다

이루어질 수 없는 게 더 아름답다고

헛소리해도 멋진 말이라 호응을 얻는 것이다

세월이 흘러도 영원하자 해두고

돌아서며 영 자신이 없어지는 것이다


웃기는 일이다

미친 짓거리다

먹고 살기도 힘든 세상에

남의 마음을 구걸하는 일이라니

어여삐 봐주자

이를테면

구절초 하얀 향기 속으로 소리 없이 내려앉는

마른 낙엽 한 장이고 싶을 때도

있다는 말이다



 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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