싸리꽃 / 이상주
고향집 뒷산 오솔길
아카시아 밑둥치에 묻어둔 기억들이
여름 끝자락이면
너의 향기 따라 알싸하게 밀려온다
소 몰고 쟁기 지고
무수히 오르던 그 언덕길을
아버지 상여 타고 가시던 날
미처 떨구지 못한 이슬방울
꽃잎에 매단 채
여린 가지 흔들며 슬퍼하던 꽃이여
평소 엄하시어
살가운 정 모르고 살았는데
저승길 예약하고, 느닷없이
막내딸 미용실에 찾아오신 밤
라면 안주 삼은 약주 한잔에
눈시울 붉히며 아파하시던 모습
미혼의 자식들 어머니께 맡기고
눈조차 못 감은 무거운 걸음 어이 옮기셨나
고향 산모롱이에 지천으로 피어
세상살이 부대끼는 지금
가슴 속 보랏빛으로 너울지는 그리움